휴지통 탈출기
소개글
컴퓨터에는 수많은 파일들이 있다. 나는 파워포인트 파일, 그 속의 작은 말풍선이다. 만들어진지 1초나 되었을까? 뾰족한 화살표가 다가오더니 나를 건드렸다. 그 순간 나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휴지통 안에 있었다. 휴지통에는 나 말풍선처럼 주인의 변덕으로, 실수로 오타를 내서, 혹은 바이러스 때문에 버려진 파일들로 정신이 없다. 게다가, 언젠가 ‘휴지통 완전삭제’를 당하면 우리는 영원히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친구들은 휴지통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컴퓨터 안에는 우리가 숨을 곳이 있을까?
...휴지통을 빠져나와 바탕화면으로 나온 레드는 휴지통을 보며 기겁을 했다.
"우리가 방금 전까지 저기에 있었던 거야?"
클로버도 얼굴을 찌푸렸다. 그 순간 풍선은 뾰족한 것을 발견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풍선을 삭제했던, 뾰족한 화살표였다.
"얘들아, 피해!"
풍선은 큰 소리로 외치며 도망쳤다. 풍선은 가장 가까운 폴더 속으로 들어갔다. '사진첩' 폴더였다. ...
감수의 말
초등학교 5학년인 박준환의 글, 그림 작품인 『휴지통 탈출하기』는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삭제되는 파일들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서 삭제되는 파일들이지만, 과연 그 파일들은 삭제를 원할까? 지운 줄 알았는데 남아있는 파일은 혹시, 휴지통을 탈출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가 휴지통을 비운다면, 거기에 들어있던 파일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쓴 이 이야기는 독자에게 컴퓨터 속 파일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